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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식 ‘옥동식’ LA 상륙…뉴요커들이 반한 돼지곰탕

정갈한 놋그릇에 담긴 맑고 깊은 국물, 부드러운 돼지고기 살코기. 돼지곰탕이라는 다소 생소한 메뉴로 한국은 물론 뉴욕의 미식가들까지 사로잡은 식당 ‘옥동식’이 지난 1일 LA에 상륙했다. 한식 고유의 맛과 철학을 고집하면서도 미국산 식재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통 한식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고 있는 옥동식. 그 중심에는 호텔 총괄 셰프 출신의 창업자 옥동식 씨가 있다. 그는 돼지국밥이 아닌, 뼈 없는 살코기로만 우려낸 곰탕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뉴욕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뒤, LA 팝업을 통해 현지 반응을 살피고 정식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돼지곰탕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호텔 총괄 셰프로 일할 때 직원 식사로 돼지고기 뭇국을 만든 적이 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이를 메뉴화해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5개월에 걸쳐 레시피 개발에 몰두했다. 돼지고기의 맛만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뼈나 부속물을 활용하는 기존 돼지국밥과 달리, 살코기 위주로 국물을 내는 곰탕을 구상하게 됐다. 그 결과, 버크셔-K 등급의 돼지고기만을 사용해 육수를 우려낸 돼지곰탕이 탄생했다.”     - 뉴욕서 뜨거운 반응, 예상했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우리 한식의 맛을 타인종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욕심 없이 음식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 특히 외국 손님들이 돼지곰탕을 먹고 ‘속이 편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가 국밥 먹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표현이더라. 표현의 차이일 뿐, 입맛은 결국 통한다고 느꼈다."     - 팝업 식당을 열게 된 계기는.   "이번 팝업은 STILE 호텔에서 먼저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 정식 매장 오픈도 가능했지만,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테스트베드 개념으로 팝업을 택했다. 특히 최근 LA 지역이 산불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점도 고려했다. 팝업 동안 현지 반응을 살피고, 옥동식을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동시에 좋은 장소를 알아봐서 정식 매장 오픈 준비를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부에나파크나 어바인 쪽을 알아보고 있으며, 오는 2026년쯤 정식 매장을 열 것 같다."   - LA 팝업 반응은.   "이번 팝업은 별다른 홍보 없이 시작했다. 서교동 본점이나 뉴욕 매장은 처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지만, LA는 입소문을 타며 천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처음 오신 분들이 지인을 데려오고, 재방문율도 높다. 빠르게 반짝이는 트렌디한 음식이 아니라, 한 번 경험한 분들이 다시 찾는 음식이라는 점이 돼지곰탕의 강점인 것 같다."     - 옥동식의 인기, 타인종이 정통 한식을 많이 찾는다는 방증인가.   "아직은 정통 한식을 ‘알아가는 단계’라고 본다. 많은 타인종 고객이 정통 한식이 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옥동식의 음식을 직접 맛보며 정통 한식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한식의 맛과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 기울였나.   "억지로 무언가를 바꾸거나 일부러 현지 입맛에 맞추는 ‘현지화’는 지양한다. 대신, 미국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정통 한식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식재료가 있듯,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 지역에 맞는 ‘신토불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산 재료를 고집하지 않고 돼지고기나 쌀, 채소는 미국산을 쓴다. 고춧가루 정도만 한국산을 사용한다. 일례로 뉴욕에서 청국장을 가지고 실험을 해봤다. 한국에서 띄운 청국장을 냉동으로 가져온 것과 미국산 재료를 사용해 만든 청국장을 비교했는데, 후자가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미생물이나 발효균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방식으로, 그 지역의 좋은 식재료를 활용했을 때 한식은 더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 한식의 정체성 중 타인종에게 꼭 각인시키고 싶은 점은.   "숙성과 발효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한식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김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옥동식에서 만드는 김치, 고추지 역시 모두 발효 과정을 거친다. 발효 여부에 따라 한식의 맛이 달라지며, 미생물과의 공존이야말로 한식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 옥동식이 어떤 식당으로 남길 바라나.   "편하게 와서 한 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남는 식당이었으면 한다. 손님이 맛있게 드셨다면 그걸로 100% 만족한다. 또 서교동 본점은 언젠가 100년 가게가 됐으면 좋겠고, 하동관처럼 대를 이어가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 뉴욕에 이어 오는 5월 오픈하는 하와이점, 8월에 문을 여는 프랑스 파리점 등 세계 각지에 문을 여는 옥동식도 누군가 계속해서 이어가 역사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누군가 ‘정통 한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옥동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됐으면 좋겠다."  김경준 기자정통 한식 돼지곰탕 옥동식 김경준 미국 캘리포니아 가주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LA뉴스 한인 뉴스 미주 한인 한인 LA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2025-04-13

이야기 꾹꾹 담은 ‘집밥’이 최고 한식…가수 출신 17년차 셰프 이지연

지난 2009년 정부 주도로 한식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한식은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급성장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다. 한식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 고유의 식문화와 정통 한식의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 5월 29일자 A-1면〉 본지는 미슐랭 식당 셰프, 레스토랑 비평가, 동네 식당 업주 등을 만나 한식 세계화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 연재한다. 첫 주자는 이지연 셰프다. 이 셰프는 ‘바람아 멈추어다오’, ‘난 사랑을 아직 몰라’ 등 히트곡의 주인공이다. 80년대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던 원조 하이틴 스타가 정통 한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셰프가 되었다. 17년차 셰프인 그는 현재 애틀랜타의 에어룸 마켓 바비큐 오너이자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시그니처 음식은 남부식 바비큐에 한식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 후보에도 두 번이나 오른 실력파다.   관련기사 영부인 사업 비난속 출발…미슐랭급 K푸드로 성장 -미국식 바비큐에 한식을 접목한 계기는.   “남부식 바비큐와 사이드 음식은 느끼하고 묵직하다. 편안하고 개운한 음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강구했다. 정답은 한식이었다. 브리스킷을 훈연하기 전 고기 겉에 고추장을 바르고 시즈닝에 고춧가루를 넣어봤다. 느끼함이 줄고 맛이 더 좋아지더라. ‘풀드 포크(pulled pork)’ 샌드위치는 양념을 제육볶음 식으로 바꿔봤다. ‘코울슬로(coleslaw)’ 대신 김치를 넣어봤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타인종들이 한식을 궁금해하나.   “타인종 손님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내가 어떤 한식당에 가는지 추천해달라는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통 한식에 대해 궁금증이 많다. 미국 음식 문화의 장점 중 하나가 다양성이다. 다만, 그만큼 정체성이 불분명한 퓨전 음식도 많다. 그래서 미국인들 스스로 이제는 정통 외국 음식을 원하는 것 같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의 맛은.   “미국에 가장 지배적으로 퍼져있는 한식의 맛이 바로 ‘단짠’, 달고 짭짤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식이 단짠의 맛으로만 치우쳐진 것 같아 아쉽다. 한식의 건강한 맛을 알려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사찰음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사찰음식은 한식과 건강한 맛을 동시에 알릴 좋은 기회다.”   -퓨전과 정통 중 미국인들이 좋아할 한식은.   “애매한 퓨전 대신 정통 한식이 낫다. 정통 한식에 대한 타인들의 수요는 충분하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퓨전 한식이 많아서 아쉽다. 컨셉의 재미도 필요하지만, 음식의 본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한식의 범위가 여전히 좁다.   “타인종들은 한식 하면 바로 한국식 고깃집부터 떠올린다. 언제부터 우리가 고기를 그렇게 먹었나. 어릴 때만 해도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나 고기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백반을 정말 좋아한다. 오래 끓인 국, 맛있는 쌀밥, 나물 반찬, 잘 구운 생선처럼 집밥 같은 음식이 우리가 가장 많이 먹던 한식이다. 이러한 한식은 우리의 밥상 문화, 가족 문화, 역사 등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국인들이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나. 집밥 같은 한식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한식의 강점과 약점은.   “한식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는 말 못한다. 다만, 오감을 자극하는데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맛의 균형은 물론, 냄새, 미적 요소 등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다. 약점으로는 손이 많이 간다. 한식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반찬인데,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간다.”   -어떻게 약점을 보완할 수 있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타인종들은 한식을 가성비 음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식당들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결국 반찬에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려면 비용이 더 든다. 한식의 위상이 높아지면 음식하는 사람도 가격 인상 부담이 덜하고 양질의 반찬을 제공해 반찬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다.”   -한식이란 무엇인가.   “오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한상차림이 한식을 가장 잘 설명하지 않나 싶다. 한상차림이 대중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에서 외국인들에게 전해지는 한식이 그랬으면 좋겠다.” 김경준 기자한상차림 세계화 한식 세계화 정통 한식 한식 요소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이지연 이지연셰프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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